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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레시안] 역주행하는 박근혜 정부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1. 올해 초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어 가수 김장훈 씨처럼 기부를 많이 하던 사람들이 '세금 폭탄' 날벼락을 맞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우리나라의 기부금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법정기부금, 지정기부금, 정치자금 기부금, 우리사주조합 기부금이 그것인데요. 김장훈 씨처럼 기부를 많이 하던 사람들이 '세금 폭탄'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은 연초에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어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 혜택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김장훈 씨가 연간 10억 원을 벌어 그것의 대부분을 기부한다면 지난해까지는 소득의 30%에 해당하는 3억 원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어 지정기부금 3억 원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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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훈 씨의 최근 근황. ⓒ김장훈 미투데이

 

2. 근로소득이 10억 원인 A씨가 3억 원을 지정기부했다고 가정할 경우, 개정 전 세법 하에서 그는 어느 정도의 소득세를 내야 했을까요?

⇨ 개정 전 세법과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2012)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A씨의 소득세는 대략 2억 원 남짓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 근로소득세를 산출하는 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 그 과정을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총급여에서 비과세소득을 빼서 과세대상소득을 구합니다. 둘째, 과세대상소득에서 근로소득공제와 협의(狹義)의 소득공제(인적공제, 연금보험료공제, 특별공제)를 빼서 과세표준을 구합니다. 근로소득공제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협의의 소득공제와 구별되는 것으로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세법 규정에 따라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과세표준은 산출세액 계산의 기준이 되는 소득을 말합니다. 셋째, 과세표준을 구간별로 나누어 법정 세율을 곱해 산출세액을 구합니다. 넷째, 산출세액에서 세액공제를 빼서 결정세액을 구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개정 전 세법에 따라 A씨의 소득세를 계산해 보면 2억 원 남짓의 수치가 나옵니다.

 

* 총급여 - 비과세소득 = 과세대상소득

* 과세대상소득 - 근로소득공제 - 협의의 소득공제 = 과세표준

* 과세표준 x 법정 세율 = 산출세액

* 산출세액 - 세액공제 = 결정세액

 

4. 2억 원이라는 수치가 나오게 된 과정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 개정 전 세법에 따르면 A씨는 법 규정에 따라 6050만 원의 근로소득공제를 받았을 것입니다. 또 그가 근로소득이 10억 원인 사람들의 평균에 해당한다면 4000만 원 정도의 (협의의) 소득공제를 받았을 것입니다. 또 이와 별도로 그는 총소득의 30%인 3억 원까지 기부금 소득공제를 받았을 것이므로 그의 과세표준은 총소득 10억 원에서 광의(廣義)의 소득공제액 4억 원을 뺀 나머지 6억 원이 됩니다. 과세표준 6억 원에 대한 소득세는 어느 정도 될까요? 과세표준을 구간별로 나누어 법정세율을 곱하면 2억 원 남짓의 소득세를 내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세액 공제 미적용).

 

5. 과세표준을 구간별로 나누어 법정세율을 곱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 소득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 1200만 원 이하 구간에서는 6% 세율을 적용하고, 1200만 원~4600만 원 구간에서는 15% 세율을 적용하며, 4600만 원~8800만 원 구간에서는 24% 세율을 적용하고, 8800만 원~ 3억 원 구간에서는 35% 세율을 적용합니다. 또 3억 원 초과 구간에서는 38%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과세표준 6억 원에 대한 소득세는 다음과 같이 구간별 법정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할 수 있습니다.

 

* 1구간 : 1200만 원 이하 구간, 6% 세율 적용, 최대 72만 원

* 2구간 : 1200만 원~4600만 원 구간, 15% 세율 적용, 최대 510만 원

* 3구간 : 4600만 원~8800만 원 구간, 24% 세율 적용, 최대 1008만 원

* 4구간 : 8800만 원~3억 원 구간, 35% 세율 적용, 최대 7420만 원

* 5구간 : 3억 원~6억 원 구간, 38% 세율 적용, 최대 1억1400만 원

* 합계 2억410만 원(세액 공제 미적용)

 

6.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A씨는 어느 정도의 소득세를 내야 하나요?

⇨ 개정된 세법에서도 A씨는 6050만 원의 근로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정된 세법에는 소득공제 중 특별공제에 한해 2500만 원 한도를 설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소득공제 중에서 특별공제가 아닌 인적공제와 연금보험료공제는 과거처럼 받을 수 있습니다. A씨가 근로소득이 10억 원인 사람들의 평균에 해당한다면 인적공제와 연금보험료공제는 모두 합쳐 1100만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그가 과거와 달리 총소득의 30%에 해당하는 3억 원에 대해 기부금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의 과세표준은 총소득 10억 원에서 광의의 소득공제액 9650만 원을 뺀 나머지 9억350만 원이 됩니다. 과세표준 9억 원에 대한 소득세는 어느 정도 될까요? 역시 과세표준을 구간별로 나누어 법정세율을 곱하면 3억2000만 원에 육박하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 1구간 : 1200만 원 이하 구간, 6% 세율 적용, 최대 72만 원

* 2구간 : 1200만 원~4600만 원 구간, 15% 세율 적용, 최대 510만 원

* 3구간 : 4600만 원~8800만 원 구간, 24% 세율 적용, 최대 1008만 원

* 4구간 : 8800만 원~3억 원 구간, 35% 세율 적용, 최대 7420만 원

* 5구간 : 3억 원~9억 원 구간, 38% 세율 적용, 최대 2억2800만 원

* 합계 3억1810만 원(세액 공제 미적용)

 

7. 개정 전 세법에 따르면 A씨는 2억 원의 소득세를 내야 하고,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3억2000만 원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군요.

⇨ 그렇습니다. 양자 간의 차이는 1억2000만 원입니다.

 

8. A씨도 법정기부금 형태로 기부하면 기부금 전액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요. 사실인가요?

⇨ 그것은 사실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법정기부금은 국가와 지자체, 사립학교, 전문모금기관, 공공기관 등에 기부하면 총소득의 10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씨가 1년 총소득 10억 원 중 5억 원을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하면 법정기부금으로 인정받아 5억 원 전액에 대해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9. 지난해 12월 27일 기획재정부가 연말의 혼란을 틈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슬그머니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이 개정안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다수의 법률들과 함께 이것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정부가 이런 꼼수를 쓴 이유가 뭡니까?

⇨ 김장훈 씨와 같은 기부 천사들로 하여금 지정기부금 기부를 포기하고 국가와 지자체에 법정기부금을 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정부가 그런 꼼수를 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치품 소비와 해외여행에 열중하는 고소득층의 세금을 줄여 준 정부가 기부 천사들로 하여금 지정기부금 기부를 포기하고 법정기부금을 내게 하여 국가와 지자체의 세수 부족분을 보충하려 하는 것은 명분 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10. 과거의 전례를 보면 대다수 기부 천사들은 법정기부금보다 지정기부금을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이들이 지정기부금을 선호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모든 정치인에 대한 기부보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기부를 선호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국가와 지자체에 기부하면 이들이 기부 받은 돈을 제대로 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최근에도 지자체들을 보면 호화 건물 짓고 전시행정 일삼으며 토건공사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기부 천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곳에 법정기부금을 내서 자신의 소중한 재산이 낭비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중소 규모 복지단체에 지정기부금을 내서 이들이 얼마나 좋은 일을 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할 겁니다.

 

11. 다른 나라들은 지정기부금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소득공제를 해 주고 있나요?

⇨ 기부금에 대해 가장 많이 소득공제를 해 주는 나라는 영국입니다. 영국에서는 기부금에 대해 제한 없이 소득공제를 해 줍니다. 그 다음으로 소득공제 한도가 높은 나라가 일본입니다. 일본은 소득의 40%까지 소득공제를 해 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소득의 30%까지 소득공제를 해 주고 있습니다.

 

12. 우리나라도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 기부금 소득공제 한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오지 않았나요?

⇨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기부금 소득공제 한도는 겨우 5%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 정부의 기부 활성화 정책으로 10%로 올랐고, 2008년에는 15%로 올랐으며, 2010년에는 20%로 오르고 2012년에는 30%로 올랐습니다. 또 그 영향으로 GDP 대비 기부금 비율도 2000년 0.5%에서 2011년 0.9%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는 바람에 기부 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13.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사실상 폐지해서 정부가 얻는 세수는 어느 정도 되나요?

⇨ 정부 주장에 따르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소득공제 중 특별공제 한도가 2500만 원으로 정해진 결과 정부가 얻는 세수는 2000억 원 정도라 합니다. 이 중에서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사실상 폐지해서 얻는 정부 세수는 9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겨우 9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하려고 연간 7조 원에 달하는 개인 기부 활동을 위축시켜야 하느냐며 강하게 질타하고 있습니다.

 

14. 개정된 세법에 대해서는 종교 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올해 초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종교단체에 대한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는 총소득의 10%였습니다. 다른 공익단체들, 예컨대 사회복지단체, 장학단체, 문화예술단체, 환경단체들에 대한 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가 30%인 반면, 종교단체는 상대적으로 공익성이 적다는 이유로 10%에 머물렀는데요. 올해 초 세법 개정으로 이마저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15. 사회복지 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정치인들에 대한 기부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한도를 두지 않으면서 사회복지 단체에 대한 지정기부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자체를 사실상 폐지한 것이 황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당이나 정치인 후원회에 기부한 기부금에 대해서는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해 줍니다. 또 1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100% 소득공제를 해 줍니다. 그런데 올해 초 세법 개정으로 사회복지 단체에 대한 고소득자들의 기부금에 대해서는 100% 소득공제는커녕 10%도 해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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