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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기부금 세금폭탄, 기부자 42% 줄었다

40대 중반 회사원 김모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수년째 해오던 기부를 올해는 하지 않았다. 올 초 연말정산을 통해 기부금 공제가 확 줄어들었다는 걸 실감하면서다. 1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 1~9월 직장인 정기 기부자는 6만439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2502명)보다 무려 42% 줄었다. 손병일 공동모금회 대외협력팀장은 “지난해까지도 증가했던 정기 기부자가 줄어든 건 세액공제로 기부금 공제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걸 올 초 연말정산을 통해 체감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부 막는 역주행 세제 바꾸자

소득공제 → 세액공제 2년

세수 3000억원 늘어나고

기부는 2조 줄어든다는데

정부는 “세금이 최고 기부”

미국, 소득 50% 내 전액공제

“고액기부 세액공제 확대를”

기부금에 주던 세금 혜택을 확 줄인 지난해 세제 개편의 후폭풍으로 각종 구호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지난해 모금액이 12.3% 줄었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1000만원 이상 고액기부자 중 후원 중단자가 속출해 아동지원확대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기부 위축의 발단은 지난해 세제를 개편하면서 연말정산을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데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고액기부자의 세금 혜택이 확 줄었다.

 

2013년까지 기부금은 소득공제 방식으로 공제를 받았다. 예컨대 과표 최고 구간(소득세율 38%)에 속한 고액소득자가 기부하면 주민세(3.8%)를 합쳐 최고 기부금의 41.8%까지 세금을 돌려받았다. 과표 38%의 고액기부자가 100억원을 기부하면 41억8000만원을 환급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공제율을 3000만원 이하는 15%, 3000만원 이상은 25%로 확 낮췄다. 과거와 같은 100억원을 기부하면 환급액이 24억9700만원으로 과거에 비해 혜택이 16억8300만원이나 줄게 됐다. 그만큼 기부를 할 유인이 감소한 셈이다. 여기다 올 초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직장인마저 세금 공제에 민감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세금이 최상의 기부”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기부에만 세금 혜택을 늘리면 다른 공제항목과의 형평이 깨진다”며 “지난해에도 1000만원 이상 고액기부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올 초 연말정산을 경험하기 전 통계여서 구호단체가 겪고 있는 상황과 크게 괴리돼 있다. 한국재정학회는 지난해 세법 개정에 따라 한 해 세입이 3057억원 늘어나겠지만 기부총액은 2조376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더욱이 한국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부머의 ‘퇴직 쓰나미’를 겪고 있다. 기부 관련 세제를 이대로 유지한다면 그나마 걸음마단계이던 기부문화가 퇴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 늦기 전에 기부 관련 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 는 이유다. 기부에 주는 세금 혜택을 최소한 세제 개편 이전인 2013년 수준으로라도 원상회복하라는 얘기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013년 이전처럼 기부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부활해도 좋고 세액공제의 공제율을 높여 고액 기부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기부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동호 선임기자, 김원배·조현숙·하남현·이승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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