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ong Column

하늘이 칙칙하더니

4 virdei 0 825


비오는 날이면 가끔 비를 그냥 맞으며 걷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럴 때면 '과연 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우산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산을 깜빡 잊고 가져 오지 않아서 뛰어다니는 사람에게는 우산이 필요할테지만, 애처롭게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우산보다는 함께 걸어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울고 있는 사람 중에 어디가 아파서 우는 사람이면 약이 필요하겠지만 서럽게 우는 사람에게는 약보다는 기대어 울 수 있는 가슴 하나가 없어서 일테지요.
술집 앞에서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서성거리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이겠지만 술상 앞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술이 아니라, 앞에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눌 사람이 아닐런지요.
누군가 당신의 마음 씀씀이,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한번쯤 되돌아 흐뭇한 미소 한 번 지을 수 있다면 당신은 그 몫을 해낸 것입니다.

중부지방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는데 여기는 비가 오고 있습니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 우산 없이 걸어가는 사람을 보며 이러저러한 상념에 젖었드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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